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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기 스마트폰 노출, 아이의 뇌는 어떻게 변할까?

by eg8 2025.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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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은 참 조용하고 순하죠. 
울지도 않고, 뛰어다니지도 않아요. 
식당에서도, 대중교통 안에서도, 집 안의 바쁜 틈새에서도 아이가 영상에 몰입해 있는 그 몇 분은 기적처럼 고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고요함에 안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짧은 정적이 아이의 뇌 속에서는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까요? 
오늘은 영유아기 스마트폰 노출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과 부모가 취해야 하는 행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영유아기 스마트폰 노출의 실태

요즘 아이들은 정말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게 됩니다. 
한국교원대 산학협력단의 조사에 따르면, 3~5세 유아의 53%가 24개월 이하일 때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했다고 해요. 
이 중에서도 '13~24개월 이하'의 시기에 자녀가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했다는 답변이 45%나 되었고, 심지어 '0~12개월 이하'일 때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한 경우도 18%나 된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만 1세 이하 어린이는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는 것을 삼가고, 만 2~4세 영유아는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사용 시간을 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요.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많은 부모님들이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조용히 시키거나, 업무를 방해 없이 처리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건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이 아이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

뇌 구조의 변화

아이의 뇌는 정지된 구조물이 아니에요. 
생후 몇 개월부터 만 6세까지, 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자라납니다. 
이 시기에 아이는 외부 자극을 받아들여 뇌 속 시냅스를 폭발적으로 생성하고, 자주 쓰이는 회로만 남기고 나머지는 사라집니다. 
즉, 어떤 자극을 주로 경험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뇌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만약 아이가 시각과 청각만을 자극하는 빠른 속도의 영상 콘텐츠에 주로 노출된다면, 아이의 뇌는 그 자극을 익숙하고 선호하는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보다 느리고 복합적인 자극 즉, 자연의 소리, 책장 넘기는 감각, 부모와의 대화에는 점차 반응하지 않게 될 수 있어요.

전두엽 발달 저하

전두엽은 판단력, 충동 조절,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앞부분입니다. 
미디어 노출 시간이 많아질수록 뇌 발달의 '효율성'으로 인해 시각, 청각 등 특정 기능만 발달할 뿐 전두엽의 발달은 저해된다고 합니다. 
특히 전두엽은 유아기 후반에서 초등 저학년까지 가장 중요한 성장의 시기를 맞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아이는 감정 조절이나 집중력, 충동 제어에서 약점을 보일 수 있어요.

사회성 발달 저하

한림대학교 의대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통한 미디어 시청이 만 2세 이전 영유아들의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특히 영유아가 하루 2시간 이상 미디어에 과다 노출되는 경우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긴 시간동안 스마트폰 등을 통해 미디어에 노출되면 부모와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죠.

언어 발달 지연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언어발달 문제로 병원을 찾은 아이의 63%는 하루 두 시간 넘게 만화 등 동영상을 봤으며, 언어발달이 늦어지는 문제를 호소한 아이의 95%는 생후 24개월 이전에 각종 미디어에 노출됐다고 해요. 
특히 부모 없이 아이 혼자 미디어를 시청하면 언어발달에 더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신체 건강 문제

영유아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너무 오래 사용하거나 가까이에서 보면 눈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오랜 시간 앉아서 보게 되면 신체활동이 감소하면서 비만 및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또한 사용 시간이 밤까지 지속되면 수면의 질과 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답니다.


부모가 취해야 하는 현명한 행동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마트폰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적절한 시간 제한하기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만 2세 이전에는 미디어 노출을 최대한 피하고, 만 2~4세는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아요. 
특히 만 24개월 이전에는 미디어 노출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단, 가족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나 영상통화는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짧게 노출해줘도 괜찮습니다.

콘텐츠 선별하기

아이가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영상을 선택하세요. 
종이접기, 동요 메들리 영상과 같이 아이가 영상을 보면서 활동할 수 있는 콘텐츠나, 단순히 무엇을 보여주는 영상보다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구어를 같이 외치는 등 참여를 유도하는 영상이 더 좋습니다.

가만히 앉아 보기만 하는 애니메이션보다는,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몸을 움직이며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바람직해요. 
또한 아이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는 영상, 즉 집, 어린이집, 병원, 놀이터 등 아이가 익숙한 공간과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영상을 권장합니다.

함께 시청하고 상호작용하기

부모가 아이와 함께 미디어를 시청하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미디어를 본 뒤 독서 토론하듯 본 내용을 이야기하고 비판하며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렇게 하면 미디어를 독서처럼 활용할 수 있고, 자녀의 대뇌 발달에도 도움이 되며 부모와 함께하는 놀이로 활용할 수 있어 관계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주도권은 부모에게 있어야 해요

아이에게 기기를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켜고 끄는 것은 물론, 어떤 콘텐츠를 볼 것인지도 엄마, 아빠의 결정이어야 해요. 
아이가 스스로 시간을 정해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자기 조절 능력이 생길 뿐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대안 활동 제공하기

심심함은 중요한 자극이에요. 
아이가 심심해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달래지 말고, 심심함을 견디며 스스로 놀이를 고안하고, 활동을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뇌 발달을 촉진하세요. 
최고의 대안은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안놀이'를 가정이 제공하는 것입니다.

보드게임, 인형극, 산책 등 건전한 여가를 즐기거나 창의적으로 놀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정지윤 큰사랑심리상담소 원장은 뇌 발달을 위한 놀이로 '사진 찍기'를 권장합니다. 
아이들은 렌즈를 통해 새로운 시각의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부모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하기

부모의 스마트폰 중독 증상이 어린 자녀와의 관계를 방해하고, 자녀의 행동 양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자녀들 앞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울거나 떼를 쓸 때 무심코 스마트폰을 건네는 행동들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가정 내 미디어 사용 규칙 정하기

가정에서 가족구성원 모두 미디어 사용에 대한 습관을 점검하고 미디어 사용에 대한 규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 집에 있는 미디어 기기의 개수와 보관 장소를 파악하고, 미디어 금지 시간을 정하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미디어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뇌는 하루하루 쌓여 만들어진다

우리는 매 끼니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않죠. 
맛은 좋지만, 건강엔 해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도 그렇습니다. 
아이에게 무조건 금지하긴 어렵지만, 그 영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조절하는 것이 필요해요.

아이의 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일 자라고 있습니다. 
자극을 고르고, 환경을 다듬고, 때로는 불편함을 함께 견디는 일. 
그게 바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진짜 교육'입니다. 
지금 우리가 쥐어주는 화면 하나가 아이의 삶에 어떤 궤적을 남길 수 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자나 햄버거가 몸에 나쁘다는 걸 안다고 해서 아예 먹지 않듯, 우리는 스마트폰과 영상도 절제하며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아이의 건강한 뇌 발달과 성장을 도울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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